도움이 되는 이야기

조선 사대부는 神이 아닌 조상에게 의존했다

남전 2017. 9. 16. 18:48

- 마지막으로 신에게 바치는 뇌물에 대한 조선 사대부의 비판적인 태도에 대해 살펴보자. 사대부들은 불교의 속죄와 구원 행위를 '부처에게 바치는 뇌물'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는 뇌물에 대한 그들의 예민한 감성과 교육이 작용했다. 조선과 중국은 강력하고 조직적인 정부와 관료제를 운영했다. 그들에게 뇌물은 심각한 망국병이었다. 그러니 평소에 이런 사상으로 단단히 무장한 사람들에게는 '공양은 뇌물이다'라는 말 한마디만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獻金은 곧 뇌물'이라는 인식에는 보다 근본적인 배경이 있다. 조선 유학자도 중세인이다. 사후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현실에 대한 불안감이 없었을 리가 없다. 현실에서 복을 받고 병과 재난, 불현듯 찾아오는 재액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신과 같은 초자연적 존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마음을 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儒家에서는 그 힘을 하늘이나 신이 아닌 조상에게 의존했다.


현실 세계의 孝는 사후 세계의 제사를 통한 조상 숭배로 연결되었다. 현실 세계의 질서가 내세로 그대로 연장되고, 내세에 있는 조상의 배려가 현실 세계에 있는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쉽게 말하면 제사를 잘 모셔야 조상이 내게 복을 주고, 내가 현세에서 복을 받아야 조상을 잘 모실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은근히 양자 간 계약 관계이고 뇌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유가에서는 절대로 뇌물이라고 보지 않았다.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는 것은 當爲이고, 부모와 조상이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유학자들은 부와 축복의 메커니즘을 이렇게 효도의 과정에 넣어버렸다. 축복과 구원과 속죄가 말 그대로 집안일이다. 이 관계에는 뇌물이나 도덕과 같은 것들이 들어올 여지가 없다. 그래서 타 종교의 贖罪 행위를 향해 '신도 뇌물을 받느냐?'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뇌물의 역사> 임용한.김인호.노혜경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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