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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러스트벨트는 어디인가?

남전 2018. 3. 2. 13:36

- 한국의 PK(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상남도)지역이 러스트 벨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산은 제 2의 도시로써 현재는 서비스 산업 위주의 소비도시가 되었지만 한 때 세계의 신발 공장으로 불리며 나이키, 리복 등 세계 굴지의 신발 브랜드의 OEM 생산기지였다. 80년대 이후 경제 발전으로 환율 정상화와 임금 증가로 경쟁력을 잃고 중국에 그 자리를 내준 적이 있으나, 한미 FTA 이후 관세 철폐로 경쟁력을 다시 갖춰가는 중에 있다.

울산은 현대로 대표되는 산업도시로 자동차, 화학, 금속, 조선에 이르기까지 한국 중공업의 총본산이라 불릴만 하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서 중국 조선 산업의 경쟁력 상승과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이후 세계 경제 불황의 지속으로 수주 물량이 끊기면서 조선업의 쇠퇴가 뚜렷해졌고 이로 인해 신규 채용이 끊기고 인원감축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는 등 지역 경제가 위기에 봉착했다.

마지막으로 경상남도는 양 광역시의 배후지이자 자체적인 중공업 생산 기지로서 번영했다. 통합 창원시는 STX의 조선업, 구 마산 지역 수출자유지역의 제조업과 거제의 대우조선해양 중심의 조선업으로 경남의 전반적인 생산은 중공업에 그 기반을 두고 있는데, IMF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중국의 약진과 맞물려 침체를 겪는 와중에 있다.

- 러스트 벨트와 PK은 여러가지 공통점을 공유한다. 러스트 벨트의 공업력이 19c 남북전쟁 이후 세계 제 1공업국인 영국을 추월하며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쳐 최강대국으로써 소련과의 냉전을 승리로 이끈 원동력이었듯 PK의 공업력이 한국전쟁 이후 한강의 기적을 이끌어서 한국을 세계 굴지의 공업국으로 변모시키고 북한과의 체제 경쟁을 사실상 승리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또한 러스트 벨트의 공장들이 멕시코 등지로 이전해서 생존을 모색하듯 PK의 공장들도 중국, 베트남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전통적인 공업 지대로써 노조가 강세를 보이며 인 트렌치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까지 흡사하다.

그러나 러스트 벨트와는 달리 PK는 갱생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이 미국과 같은 완전체 선진국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는 잠재력이 남아있고, PK가 800만에 다르는 인구로 한국 전체 인구의 16%를 차지하는 한국 제 2의 광역권이기 때문에 인적/물적 자원이 풍부하며, 이를 대체할 만한 광역권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 또한 PK의 생존 가능성을 점칠 수 있게 만드는 부분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공업의 혁신적인 발전을 더 이상 어렵다고 하지만 결국 중공업은 필수불가결한 산업이므로 최소 현상유지를 이루며 공업국가의 면모를 지켜나가는 것이 PK와 대한민국의 당면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