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수산물 역시 국내산이 파격적으로 비싼 만큼 과연 그 품질에서 외국산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느냐는 의문이 많이 확산됐다. 수산물을 예로 들면 서해에서 중국 배와 한국 배가 잡은 생선이 뭐가 다르기에 몇 배의 가격차이가 발생하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달러를 벌기 위해 7,80년대에 크고 좋은 생선은 일본에 수출하고 상품성 떨어지는 것은 국내에 팔았다. 중국도 그렇게 했다고 본다면, 같은 바다에서 중국 어민이 잡아 한국에 수출한 생선이 크지만 맛이 없고 싸야 할 이유가 있을까. 반대로 한국 어민이 잡은 작은 생선이 작지만 훨씬 맛있고 비싸다는 게 상식일까.
이런 생각들은 외국산의 국내 점유율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소고기의 경우 한 때 광우병 파동까지 겪었던 미국산 소고기 판매가 급속히 늘면서 수입산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우리 소고기 자급률은 지난 2013년 50%에서 2014년 46%로 하락했다. 그리고 2016년 38%로 급락했고, 2020년에는 30%를 훨씬 밑돌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돼지고기 댓글과 마찬가지로 소고기에 대해서도, “우리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자란 소에서 얻은 수입산 소고기가 우리 한우보다 못하다는 근거가 어디 있느냐?”는 여론이 많아지면서 실제 소비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신토불이의 힘을 빼고 있는 것이다. 여기다 글로벌 시대, 다양해진 입맛도 또 다른 요인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수입 소고기에 비해 월등히 비싼 한우 가격이 소비자의 입맛을 버리게 한다.
● 소비자 후생 차원서 상품 정보 늘려야
십수 년 전 시사프로그램에 몸담고 있을 당시, 소비자후생 차원에서 국산차와 수입차의 비교실험을 한 적이 있다. 이어 농축수산물에 대해서도 비교실험을 준비했다. 수십 가지 품목에 대해 맛과 품질을 지수화해 시청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도였다. 그리고 틀림없이 국산이 우수하게 나올 것이기에 우리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의미도 있을 걸로 예단했다.
관련 기관에 실험을 의뢰하고 연구비용까지 지급했는데, 심야에 해당기관의 원장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실험을 하지 못하겠다는 대답이었다. 어이없는 이유 때문이었다. 샘플링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론 수입품이 더 좋게 나오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관련 생산단체의 반발과 시위가 극심할 걸로 예상되는 만큼, 그걸 감당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어이가 없었지만 당시의 정서로 볼 때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기관들 역시 실험을 거부해 프로그램을 접은 적이 있었다.
지금 그와 같은 실험을 한다면 어떨까. 어떻게 나오든 간에 소비자 후생 증진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 그때보다 많을 듯하다. 정확한 정보가 우리 국민들의 현명한 소비에 도움을 주고, 생산자들로 하여금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내도록 독려하는 촉진제가 되지 않을까. 그것은 또 경제에서 수출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으로서 떳떳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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